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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종교개혁의 정신, 오늘의 한국교회는 개혁되고 있는가

  • 전민주 기자
  • 입력 2026.10.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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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경으로 돌아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할 때

10월 25일, 종교개혁 기념주일을 맞는다. 1517년 마르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에서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하며 촉발된 종교개혁은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의미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늘의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 앞에 엎드리고, 복음의 본질을 얼마나 충실하게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는 데 그 진정한 의미가 있다.

 

종교개혁은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운동이 아니었다. 교회를 교회답게 회복하기 위한 신앙의 결단이었다. 인간의 전통과 제도가 성경의 권위를 대신하고, 복음의 은혜가 종교적 행위와 공로에 가려졌을 때 개혁자들은 단호하게 성경으로 돌아갈 것을 외쳤다.

 

그렇다면 종교개혁으로부터 500여 년이 지난 오늘, 한국교회는 그 정신을 얼마나 충실하게 이어가고 있는가.

개혁주의 신학의 핵심은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종교개혁의 신앙 원리에 있다. 이는 단순한 신학적 표어가 아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와 목회의 방향, 성도의 삶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먼저 교회는 성경의 권위 앞에 자신을 낮춰야 한다. 교회의 전통과 제도, 지도자의 판단이 아무리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더라도 하나님의 말씀보다 앞설 수는 없다. 교회는 시대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지만, 시대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복음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 변화해야 할 것은 말씀의 진리가 아니라 그 말씀을 온전히 실천하지 못하는 교회의 모습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직면한 위기를 외부 환경의 변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세속화와 물질주의, 다음 세대의 이탈, 사회적 신뢰의 약화 속에서 교회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교회의 규모와 재정, 조직의 성장만으로 신앙의 건강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외형적 성장에 집중하는 동안 말씀의 깊이와 성도의 성숙, 이웃을 향한 사랑을 소홀히 했다면 성장의 의미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개혁주의 신학은 구원이 인간의 공로나 업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은혜는 값싼 위로나 자기만족을 위한 구호가 아니다. 참된 은혜는 사람을 변화시키고, 믿음은 삶의 열매로 나타난다. 교회 안에서는 경건을 말하면서 교회 밖에서는 정직과 책임을 외면한다면, 복음의 능력을 삶으로 증언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교회의 권위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교회의 머리는 특정한 목회자나 지도자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목회자의 권위는 사유화할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 말씀을 바르게 선포하고 성도를 섬기라는 책임이다. 교회의 직분 역시 명예나 지위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공동체를 세우는 섬김의 자리다. 교회가 권력과 이해관계보다 진리와 섬김을 앞세울 때 복음의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물론 교회 개혁을 말하는 일이 교회를 향한 비판만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개혁주의 신앙은 교회가 완전해서 개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 아래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살피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개혁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이 말씀 앞에 서는 데서 출발한다.

 

종교개혁 기념주일을 맞아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것은 과거의 영광이나 외형적 부흥만이 아니다. 복음의 본질을 붙들고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진리와 사랑을 드러내는 교회의 본모습이다.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겸손, 약한 이웃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사랑, 교회의 재정과 운영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 다음 세대에 신앙을 바르게 전하려는 헌신이 개혁의 구체적인 열매가 되어야 한다.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교회의 최종적인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데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고백하는 교회라면 그 믿음이 삶과 사역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 신앙의 고백과 삶의 모습이 일치할 때 교회는 세상 앞에서 복음의 가치를 증언할 수 있다.

 

종교개혁은 과거의 사건이지만 개혁의 요청은 오늘도 유효하다. 기념행사와 설교를 통해 개혁자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성경을 신앙과 삶의 최종 권위로 삼고,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그리스도를 교회의 주인으로 고백하고,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는 실제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과연 말씀을 기준으로 교회를 세우고 있는가. 복음의 본질보다 조직의 안정과 사람의 명예를 앞세우고 있지는 않은가. 개혁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을 개혁하는 일에는 주저하고 있지는 않은가.

종교개혁의 정신은 과거를 자랑하는 데 있지 않다. 오늘의 교회를 말씀 앞에 다시 세우는 데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삶으로 실천하며, 교회의 모든 사역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바로 세워야 한다. 그것이 종교개혁 기념주일을 맞는 한국교회가 되새겨야 할 과제이며, 오늘도 계속되어야 할 개혁주의 신앙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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