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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는 죽지 않는다, 다만 닳아져 갈 뿐

  • 황규학
  • 입력 2009.07.04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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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회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가 더욱 중요
90을 지나 100을 지나신, 한 때 만주벌판을 복음으로 일구었던, 불멸의 선교사, 방지일 목사님은 "나는 죽지 않는다, 단지 닳아져 갈 뿐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는 몸만 늙었지, 늘 젊은이처럼 행동했고, 젊은 선교사처럼 지금도 복음을 전하고 계신다. 어쩌면 그는 영원한 젊은이일는지도 모른다. 그리스도 안에서 겉사람은 후패하나 속사람은 날로 새롭기 때문이다.
 
방지일 목사님처럼 닳아져 가는 또 한 명의 은퇴목사가 있어 주목을 끈다. 그는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1시간 떨어진 배리한인장로교회에서 미련없이 12월에 조기 은퇴하는 박심 목사이다. 2005년 11월 21일자 캐나다 한국일보는 종교란에 배리한인장로교회 박심 목사의 은퇴 소식을 다음과 같이 싣고 있다.
 
“배리교회는 내달 4일(일) 오후 5시 교회 본당(59 Essa Rd.)에서 담임 박심(65) 목사의 은퇴 예배를 올린다. 박 목사의 후임은 오샤와한인장로교회 신정식(51) 목사로 결정됐다. 박 목사는 지난 11년간 목회활동을 펼쳐온 교회를 떠나며 "시대가 젊음을 부른다. 목회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가 더욱 중요하다"며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앞선 자로서 본보기를 보여, 원칙을 중시하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은퇴의 감회를 밝혔다. 은퇴 연령이 교회법으로는 70세이지만 박 목사는 정부가 65세로 정한 은퇴 연령을 준수하기 위해 이 같은 은퇴 결심을 했다.“
 
박심 목사는 작고한 이천석 목사의 유명한 저서 <와장창 중창 주장창>을 탈고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상명사대부고 영어교사로 있으면서, 이천석 목사의 부탁을 받고, 여관방을 얻어 몇 달 동안 침식하면서 기도하는 자세로 그 책을 쓴 것이다. 사적인 얘기이지만, 기도하는 자세로 썼기에 한 푼의 원고비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심 목사는 가장 사모하고 존경하는 이가 이용도 목사였다. 그래서 그는 평소에도 국수 먹기를 좋아했던 것이다. 이는 이용도 목사가 가난하고 힘든 가운데서도 국수 먹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란다. 국수를 먹으면서 늘 이용도 목사의 삶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송창근 목사가 유학 갈 때, 집을 팔아 유학 자금을 마련해 주었던 이용도 목사의 삶을 늘 그리며 살았다는 것이다. 상명사대부고 영어교사로 제직했을 무렵, 얼마나 이용도 목사를 사랑했는지, 궁정동에 있는 궁정교회에 들러 이용도 목사가 집회 왔던 것을 기억하며, 교회 본당을 한바퀴 돌아보면서 강단 앞에서 기도하고 나온 적도 있다고 술회했다.
 
한 때 교회가 작다고, 대교회 목회자에게 무시당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만 했으며, 주위 목회자들은 인품이 훌륭하고 기도 많이 하는 성자와 같은 목사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 덕으로 노회장도 연속해서 두 번이나 역임을 했다. 미주장로교(통합) 캐나다노회 노회장(전 해밀톤장로교회 목사)을 지냈던 김혜택 목사도 “박심 목사는 기도를 많이 하는 영적으로 귀한 분이다”라고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심 목사는 실제로 추운 캐나다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벽기도 한 번 빠지지 않고, 하루에 3시간씩 기도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도의 사람이었다. 기도할 때마다 공책에 200명 이상의 성도들과 지인들의 이름을 적어놓고 매일 그들을 위해서 기도한다. 그러면 한 세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5시에 새벽기도를 시작해서 보통 8시에 마친다. 그의 삶의 기준은 이용도 목사였기 때문에 기도는 그의 삶의 전부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리는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1시간 떨어진 곳으로,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은 시골의 작은 도시이다. 그는 미국에서 큰 교회의 담임목사로 요청도 받았지만, 기도한 다음에 “자신이 보다 나은 조건을 보고 이 교인들을 두고 떠날 수는 없다”고 하여 거부한 일화도 있다.
 
대체로 이민교회의 목회자들은 교회의 도움으로 영주권만 얻으면 바로 나은 조건을 향해서 떠나는 사례가 많다. 박심 목사는 당시 50여 명의 적은 수의 성도들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떠나지 않고 교회를 지켰다는 것이다. 지금은 한 100여 명 참석한다고 한다. 기도의 사람 박심 목사는, “시대가 젊은 사람을 부른다”는 이유로 목회 좀 할 만할 때, 미련 없이 던지고 떠나는 것이다. 그는 목회보다 기도할 처소를 찾고 있다. 그는 정든 교회를 떠나가도 그의 노트에 빽빽이 적혀 있는 성도들과 지인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도의 사람 박심 목사는 "시대가 젊음을 부른다"는 이유로 영성 있으며 쩌렁쩌렁한 그의 설교를 접는 것이다. 시대가 젊음을 불러 그의 목회는 접을지언정, 그의 기도는 어느 곳에선가 자신이 목회했던 성도들을 위해 계속 활활 타오를 것이다. 그는 하나님은 영적으로 젊음 사람을 부른다는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패륜과 불륜, 호화, 억대연봉, 세습, 정년연장, 대교회 선호, 대도시 교회 선호 등 물질적 조건이 판을 치는 우리 사회에, 캐나다 시골의 작은 동네, 조그만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기도의 사람, 박심 목사의 삶은 오늘 우리에게 귀한 사표가 되고 있다. 그야말로 박심 목사는 원로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히 젊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영원한 젊은이, 원로는 죽지 않는다, 다만 닳아져 갈 뿐이다.

다음은 박심목사의 시이다.
 
     소 원

이민 올때 이야깁니다
풍란잎처럼 길게 휜
삶의 허리 잡고
이 목숨 다 바친 생명나무 끝 가지에
오색 밝은 빛
열매 몇알 수줍게 따모아
종탑 보이는 모퉁이 언땅 파고
눈물 몇방울 거름주며
쪼그려 앉아 묻었습니다
주님이 계시한 비법
나만이 깨친 방법으로 심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그 첫사랑을 묻어둔채
그렇게 강토를 떠나 왔습니다

그만 내 시간을 잃었습니다
성장속도는 불꽃처럼 빨랐고
내가 심은 알갱이들이 이룬 사랑의 숲
어찌다 길 잃은 행인 몇사람
쉬어간단 소문도 있었습니다
이제라도 이민살이 지치면
툴툴 추억 떨쳐버리고 돌아간들
눈물 씨앗 삭힌 소원
반갑다 맞아줄 생명나누 한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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