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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회성’을 회복해, 개신교의 권위와 위상을 세우자

  • 나이영
  • 입력 2012.03.28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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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익으로 전락한 개신교, 이제 공익성을 회복해야
개신교의 이미지는 왜 바닥일까?

사회복지 시설 2,343개 가운데 개신교가 운영하는 시설은 60%에 달한다. 가톨릭 26%, 불교 14%에 비하면 월등히 많은 숫자다. 개신교는 장애우 시설의 66.3%, 아동시설의 72.3%, 노인시설의 44.9%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사회복지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유치원에서 대학교에 이르는 사립학교의 경우 개신교는 498개에 달하는 반면, 가톨릭은 87개, 불교는 55개, 원불교는 10개에 불과하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랑의 손길도 60-70% 이상이 개신교 몫이라는 통계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왜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바닥일까? 일반인들이 바라볼 때 기독교인은 폐쇄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일반적 이미지 때문일 수도 있고, 일부 목회자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일 수도 있다. 또 한기총 사태에서 보듯이 교회를 대표한다는 기관 단체들의 잘못된 행태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개신교의 경우 대부분 개체 교회나 개인이 나서서 ‘선한 일’을 하기 때문에 개신교 전체에 대한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을 수 있다.
 
공교회가 무너지고,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개체 교회 행사나 개인이 좌지우지 하는 ‘선행’만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교단이 사회적 지원에 나서면서 소속 교회를 상대로 모금활동을 펼치면 개체 교회들은 전체 모금액의 일부만 보낼 뿐 ‘올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별도의 창구로 구제사역에 직접 나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교단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지원활동의 대표나 임원을 맡은 경우, 즉 자기 이름을 내세울 수 있는 경우는 다르지만 말이다.
 
각교단 연합회 활동 미흡
 
한 단계 더 나아가, 연합기관이 재해구호나 대북지원을 위해 모금에 나서면 각 교단들은 자체적으로 수십억 원의 기금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색내기’ 차원에서 아주 작은 금액만 연합기관에 보낼 뿐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연합기관은 소속 교단의 지원에만 의존할 수 없어 개별적으로 또 다른 통로를 통해 모금에 나서야 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실례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에 나섰는데, 회원 교단들마다 많게는 수십억 원 적게는 몇 억 원의 대북기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협의회에 보낸 돈은 2억여 원에 불과했다.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사회복지시설 민간지원금 규모의 경우 기독교는 476억 원, 가톨릭은 44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는 132억 원에 그친다. 불교의 액수는 사회복지시설이 작은 만큼 이해가 되지만, 가톨릭의 액수는 개신교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정확한 원인은 나와 있지 않지만 공교회 차원의 지원이냐 아니면 개별적 지원으로 인한 통계누락이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가톨릭은 모든 지원이 중앙집권적으로 이뤄져 전체 액수가 통계에 잡히는 반면, 개신교는 개인 또는 개체 교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개교회주의로 전락한 개신교
 
한국 개신교의 시스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소위 ‘개교회주의’(個敎會主義)로 전락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7,80년대 고도 성장기를 보내고 90년대 들어서면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개교회주의’가 자리 잡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90년대 이후 나타난 교인 감소현상과 위기의식 속에서 교단이나 연합기관의 통제보다는 개체 교회 차원의 살길을 찾는데 급급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새로운 신앙운동으로 급부상한 복음주의권의 개체 교회별 신앙운동도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현상인 권력 분산과 무한 경쟁체제도 ‘개교회주의’를 부추겼을 것이다.
 
개교회주의의 부상과 공교회성의 위기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성,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문제점과 대처방안을 고민하는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개교회주의의 폐해는 비단 사회복지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정도의 ‘한탄’에 그칠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교회성의 몰락은 한국교회 시스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세대학교 사유화의 문제
 
연세대학교를 살펴보자. 연세대학교는 언더우드 선교사가 기독교 정신으로 세운 기독교 교육기관이다. 그래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과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가 각각 이사 1명씩을 파송해왔고, 이들에 의해 기독교계 인사 2명이 더 들어가 전체 이사 12명 가운데 6명이 기독교 인사로 채워지게 돼 있었다. 그런데 16년째 연대 이사회 이사장을 맡아온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이 지난해 각 교단이 파송해온 교계이사 4명의 몫을 정관에서 삭제해 버렸다.
 
연세대학교에 대한 공교회 차원의 관심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결과다. 아울러, 이는 공교회에 대한 도전이고 족벌언론 일가의 연세대 사유화라고 할 수 있다. 공교회성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해놓은 연세대 이사회 정관을 무시한 결정이었다. 이에 따라 이사를 파송해온 4개 교단이 민사소송과 행정심판 소송 등을 청구한 상태지만, 4개 교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공교회 수호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여겨진다.
재단법인 찬송가공회 문제도 마찬가지다.
 
찬송가공회의 사유화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이유는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법인체로서 찬송가 판매 수익을 공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찬송가공회의 경우 재단법인 설립이 오히려 공교회의 간섭을 배제하고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찬송가공회는 재단법인을 설립한 뒤 교단이 파송한 이사를 거부하거나 각 교단의 요구를 무시했고 더 폐쇄적으로 바뀌었다. 찬송가 판매 수익이나 재무구조도 각 교단에 공개하기보다 내부적으로 감사하고 결의하고 운영해왔다. 공교회가 관여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게 됐다. 교단의 입장보다 찬송가공회 이사 개인의 입장이 더 반영되는 그런 조직이 되다보니 자연히 공교회성은 사라지고 몇몇 개인을 둘러싼 이런저런 의혹과 잡음들이 끊이질 않게 된 것이다.
 
한기총의 문제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어떤가? 이 연합기관은 애초부터 공교회성이 약했던 기관이다. 공교회성의 출발은 각 교단들이다. 그리고 교단 구성원들이 선출한 교단장에게 공교회성과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런데, 한기총은 현직 교단장들이 책임을 지기보다 총회장을 역임한 원로들이 대표회장을 맡고 자리를 챙기는 조직이다. 따라서 현직 교단장들은 배제되거나 또는 뒷줄에 빠져 있어야만 했다. 교단의 입장이 현직 교단장을 통해 책임 있게 전달되지 않는 조직은 공교회 조직이라고 하기 힘들다. 원로들이 참여하는 임의단체 성격이 더 강했던 것이다.
 
그동안은 대표회장들이 역량 있고 합리적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큰 문제없이 20여 년을 지내왔다. 그러나 지금의 한기총은 거의 문을 닫을 위기에 봉착했다. 공교회성이 약한 임의단체의 경우, 대표회장에 나서는 한 개인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는 특성이 있다. 그렇듯 한기총이 지금 맞고 있는 위기도 공교회성 부족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적인 책임과 제도, 권위가 없다보니 한 개인에 의해 한순간에 몰락하고 마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공적 권위와 공교회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회복하는 일에 힘써야 하는 이유를 한기총 사태에서도 찾을 수 있다.
 
CTS 감경철사장의 문제점
 
기독교TV, CTS 문제도 공교회성 상실에서 초래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CTS는 66개 교단이 설립한 공교회 방송선교 연합기관이다. 주식 투자로 설립돼 주식회사 형식을 띠고 있지만 정신은 공교회 연합정신으로 운영돼야만 하는 회사다. 하지만 2000년 부도 이후 최대 주주인 감리교가 자신의 주주권한을 당시 감경철 사장(현 회장)에게 위임하면서 실제 운영권은 감 회장 개인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숱한 의혹 속에서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실시됐는데, CTS 본사는 물론 감 회장 개인회사라 할 수 있는 조은닷컴과 옥산레저, 그리고 골프장 떼제베와 감 회장 일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방송 후원금이나 수익이 CTS 방송 제작 운영에 사용되지 않고 감 회장이나 개인회사, 또는 밖으로 흘러나간 정황을 입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횡령 규모가 수백억 원대에 달할 것이란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CTS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이런 사태를 빚은 것만으로도 한국교회는 큰 수치를 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왜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 각 교단마다 CTS 시스템의 공교회성이나 투명한 재정운영, 방송 내용의 방향 등에는 관심 없고 자기 얼굴내기, 몇몇 인사들의 실속 챙기기, 자리에만 연연하며 한 개인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위탁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권리를 포기한 채 감 회장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공교회성을 지켜왔어야 했는데, 운영방식도 방송내용도 연합정신도 지켜내지 못했다. 개인 회사로 전락하는 모습을 수수방관했던 것이다.
 
이제는 다시 주요 교단들이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고 CTS 운영에 관여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돈을 모아 만들었고, 수많은 시청자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운영돼온 한국교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를 이렇게 개인 회사처럼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공교회성의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기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뜻있는 교단장들이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비대위에는 현직 교단장들이 중심이 돼 참여하고 있다. 한기총이 증경총회장들의 ‘놀이터’라면, 이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나선 이들은 현직 총회장들이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논의과정에서 “사명을 다한 한기총 해체”를 주장했고, 그 대안으로 ‘교단장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현직 교단장들이 나서서 한국교회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제안이다. 한기총 사태가 악화되면 될수록, 이 교단장협의회 제안은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교단장협의회’는 몇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현직 교단장들이 중심이 되는 만큼, 공교회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교단장협의회에서 결의된 안건들은 임의단체 때와 달리 조금은 더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교단장도 너무 많이 확대하지 않고 정규 신학대학을 보유한 15개-20개 정도에서 제한해 결속력을 다진다 하니 증경총회장들이 주도하던 한기총보다 훨씬 건강해질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기 마련이다. 우선은 교단장들이 모이는 협의회가 조직화되지 않을 경우 친목 모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 조정할 조직이 제도화되지 않을 경우 교단장들 사이에 존재하는 신학적 견해차와 입장차를 좁힐 기회가 없을 것이란 우려다. 또 역사성, 교회사적 전통이 없기 때문에, 조그마한 일에도 협의회가 깨지고 흩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따라서 공교회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교단장협의회가 구성된다고 해도, 이를 견인하고 조율할 사무조직과 역사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교회, 공교회성을 회복해야
 
한국교회는 공교회성을 회복해야 한다. 연합기관에서부터 공적 권위와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이는 교회협-한기총 같은 양대구도(兩大構圖) 속에서 서로 경쟁하는 그림으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기총 사태를 1년 넘게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한국교회 연합운동을 리모델링해야 할 때라는 판단이다. 한기총은 더 이상 존재의 의미가 없다. 15-20개 정도의 교단장들이 이 기회에 힘을 모아 하나의 조직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그리고 그 조직은 친목모임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를 책임지고 대표하는 연합기구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성과 국제관계 등을 두루 갖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교단장들도 신학적 견해가 다르다고 교회협의회를 논의선상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리모델링하고, 그래서 개신교의 공교회성을 다시 세우는 일에 모두 적극 나서야 한다. 교회협의회가 나서면 교단장협의회가 갖고 있는 취약점을 보완, 상생할 수 있는 방안들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이영 l 목사는 고려대 사학과와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한국교회사 전공)을 졸업했으며, 현재 CBS 보도국 종교부장을 맡고 있다.
 
이 글은 기독교사상 2012. 3월호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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