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가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할 때 그것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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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할 때 그것이 사랑 이외에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또한 어떤 공적 예배에도 참석하지 않으면서도 누구 못지않게 신실한 신앙을 가진 한 사람을 오랫동안 알아왔다. 그는 스스로가 기독교인이 되고자 의식적인 노력을 해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예수님의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 는 금언을 누구보다도 더 깊게 마음에 새기는 사람이 있다.
그는 매우 지적인 사람이다. 아마도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지적인 사람일 것이다. 그는 또한 누구보다 더 예민하고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이다. 그러기에 그는 논리철학자이며 동시에 예술사가가 일 수 있었다. 그와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왔다. 그와의 친구인 것이 영광이다. 그는 최고의 인문학자이면서도 예술사가이다. 그는 열정적 고전읽기, 근현세예술사, 플라톤에서 비트겐쉬타인까지 등 그의 책 제목대로 열정적인 책쓰기를 한 사람이다. 그는 라틴어, 불어, 영어, 독어에도 능하고 과학, 역사, 철학, 수학, 음악, 미술사까지 해박한 지식을 가져 그야말로 천재적인 학자이다. 그는 서울대, 소르본느, 예일에서 공부하고 토론대 대학, 고려대에서도 예술사 강의를 한 사람 이다.
그는 무려 25권의 저서를 남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양의 문제가 아니다. 각 권이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 모든 책이 간결하며 심오하고 명석하다. 나는 그의 책을 읽어오며 “호흡”을 느꼈다. 그는 두뇌로 쓰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숨결이 터지는 순간 하나의 책이 완성될 만큼의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그가 이번에 “사랑”에 관한 책을 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사랑은 우리의 애욕과 집착에 관한 통속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우리가 보통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을 분석하여 완전히 파괴해 버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예수님의 사랑을 가져다 놓는다. 그 “사랑을 위한 사랑”을. 단지 사랑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희생시키는 그 사랑을. 그는 냉소로 시작하여 가능성으로 끝낸다. 모두 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말하는 바의 “진정한” 사랑의 교과서이다. 여기에 그의 글의 일부를 인용한다.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레이먼드 카버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집착, 광기, 자기 파괴 등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그는 주인공 중 한 명의 입을 통해 “사랑에 대해 모르는 것을 말할 때 창피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사랑’을 ‘말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사랑은 사랑이 아님이 분명하다. 사랑은 말해질 수 없다.
---「들어가는 말」중에서
사랑은 세계에 만연하다. 이 만연한 것의 탐구를 피할 수는 없다. 또한 그것이 우리에게 갖는 비중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내 마음의 어떤 태도와 경향은 그것이 삶에서 아마도 가장 큰 비중을 갖는다는 것을 말한다. 나는 그렇지만 하나의 사실을 알고 있다. 사랑은 세계에 만연하지 않음을. 만연하고 있는 것은 단지 ‘시장의 우상’임을.
---「문제의 제기’에서
모든 사람이 사랑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사랑과 관련된 듯한 많은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헌신, 자기희생, 친근감, 그리움, 애정, 질투, 실망, 분노 등등.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아마도 사랑의 결과나 요소이거나 사실은 사랑과는 전혀 관련 없는 것들이지 사랑 자체는 아니다. 이것들을 다 합쳐도 사랑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느낌으로 이미 안다. 사랑은 이것들을 넘어서는 특별한 것을 의미한다고.
---「사랑의 정의」중에서
나는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은 사랑 이외에 다른 어떤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겠다. 분석을 통해 나의 주장을 논증하겠다. 생각하기로는 그 자체로서 사랑인 것은 없다. 나는 먼저 사랑이라고 믿어져왔던 어떤 것들이 결국 어떠한 것으로 분석될 수 있는가의 작업을 하고자 한다.
---「말해지는 사랑」중에서
우리에게는 양자택일이 남아 있다. 사랑이 본래 없거나 아니면 우리가 아직도 사랑으로 불리는 것의 정체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어쩌면 사랑이 존재하고 있고 또 다들 그것에 대해 알고 있지만 거기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가 부처와 예수의 사랑에 대해 모르는가? 부처가 중생의 고통에 대해 말할 때, 예수가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할 때 그것이 사랑 이외에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랑의 존재를 믿는다. 단지 그것은 나의 믿음일 뿐이다. 우리는 사랑 자체를 포착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사랑 이외에 다른 무엇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고 느낀다. 나는 이것을 묘사할 수 없다. 그것은 나를 초월한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 것’을 때때로 희구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것이 사랑이 아닐까? 부처와 예수가 말하는 그 사랑.
---「애정」중에서
사랑은 하나의 심적 경향이다. 세계와 하나가 되는 가운데 우주 만물이 모두 인연으로 얽힌 하나가 되고자 하는 심적 경향. 사랑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을 구하는 나는 있다. 죽음은 없고 죽어가는 나만 있고 삶은 없고 살아가는 나만 있듯이. 따라서 사랑은 희구와 열망이지 손에 쥐어지는 어떤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자아를 세계 속에서 소멸시키는 것을 전제한다. 무엇인가와 하나가 되려는 열망으로. 소멸은 수양이고 열망은 사랑에의 충동이다. 이 둘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이 아슬아슬하게 사랑의 희끄무레한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다. ---「사랑에 관하여」중에서
조중걸
‘열정적 고전읽기’ 시리즈와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의 저자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재학 중 프랑스로 유학하여 파리 제3대학에서 서양문화사와 서양철학을 공부하였다. 그리고 미국 예일대학에서 서양예술사(미술사·음악사·문학사)와 수학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부설의 시각예술대학 교수로 미술사를 강의하면서 새로운 예술사 집필에 대해 은밀한 포부를 키웠으며, 그때부터 그와 관련한 연구에 몰두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쓴 논문으로는 「Nominalism in Mediaeval Era」, 「Mannerism; Metaphysical Interpretation」, 「고딕; 현상과 이념」 등 30여 편이 있으며, 저서로 고전을 패러다임과 세계관의 연관과 이해 속에서 시대의 일부로 읽도록 돕기 위해 철학 · 사회 · 역사 · 예술 · 과학으로 나누어 묶어낸 『열정적 고전읽기』(총 10권) 시리즈, 『현대예술; 형이상학적 해명』, 『플라톤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 『아포리즘 철학』,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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