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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는 로마 카톨릭법을 비판했다

  • 김정우
  • 입력 2016.11.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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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별 없는 법적 처벌의 요구

 Ⅲ. 로마 가톨릭 교회법에 대한 비판

루터는「독일 기독교 귀족에게 고함」이라는 논문에서 로마 가톨릭 교회법에 대한 반감을 다음과 같이 극단적으로 표현하였다.

“교황이라는 직책과 그의 법령에서는 좋은 것이 나와 본 일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교황의 영적 법령에는 경건한 그리스도인에게 교훈이 될 만한 것이 단 두 줄도 없고 더구나 그릇되고 위험한 법령이 너무 많아서 한꺼번에 없애버리는 것이 좋겠다.”

이 표현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로마 가톨릭 교회에 대한 루터의 비판은 교회법에 대한 깊은 불신과 반감에 기초하고 있었다. 이하에서는 루터가 비판했던 교회법상의 제도들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먼저 평등의 가치를 침해하는 교회법에 대한 비판을 살펴보고, 이어서 재산권적 가치를 침해하는 교회법에 대한 비판, 그리고 교회법상의 제재였던 파문의 남용에 대한 비판의 내용들을 검토한 후 루터주의 종교개혁가들이 왜 로마 가톨릭 교회법을 그토록 강하게 비판했는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1. 평등의 가치를 침해하는 교회법에 대한 비판

교회법의 내용은 철저하게 성직자 우위중심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었다. 성직자와 관련된 문제는 교회에 재판관할권이 있음에 따라 세속법적 처벌에서 성직자가 면제됨으로 인해 법적 처벌에 있어서의 평등의 가치가 실현되지 않고 있었다. 이하에서는 영적 권위를 세속 권위보다 우위에 두는 교회법적 현실에 대한 루터의 비판과 루터가 제시하는 ‘법 앞에서의 평등사상’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 영적 권위를 세속 권위보다 우위에 두는 교회법

로마의 교황주의자들은 세속 권위가 그들을 억누를 때, 세속 권위는 그들을 제압할 어떤 권리도 없으며 반대로 성직자의 권위가 세속 권위 위에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들은 교황, 주교들, 사제들, 수도사들을 영적 계층이라고 부르고 영주들, 군주들, 직공들, 농부들을 세속적 계층이라고 불렀다. 교회법은 성직자들의 자유와 생명, 재산에 대해서는 너무 높게 관심을 두었던 반면에 평신도는 그들만큼 영적이고 선한 그리스도인이 아니거나 또는 교회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해왔다. 루터는 그리스도인들을 이렇게 차별하는 것은 근거가 없고 이는 단지 인간의 법과 조작으로부터 나온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교회법은 “설령 교황이 큰 무리의 영혼들을 악마에게 넘겨줄 만큼 사악하기 그지없다고 할지라도, 그를 파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루터는 로마 교회가 이 가증스럽고 사악한 근거에 따라 모든 체계를 세웠다고 비판하였다. 

(2) 평등에 관한 신학사상의 법적 적용: 차별 없는 법적 처벌의 요구

루터에 의하면 모든 그리스도인은 영적 계층에 속하며, 그들 사이에 직무상의 차이 이외에는 아무 차이도 없었다. 세상 정부가 성직자를 제압하지 못하며, 그들을 벌해서는 안 된다는 교회법적 주장은 옳지 않고 세상 정부는 악한 자를 벌하고 선한 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칼과 채찍’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세상 권력은 악한 자들을 징벌하고 경건한 사람들을 보호하도록 하나님께서 지정해 주신 것이므로, 해당자가 교황이든 주교들이든 사제들, 수도사, 수녀들, 그 밖의 누구든 그 신분에 관계없이 그리스도교의 전체를 통하여 아무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교황이든 주교이든 사제들이든 고려치 말고 벌을 받아 마땅하거나 필요할 때에는 처벌하고 죄과를 물어야 했다. 만일 누군가가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로 인해 그가 벌을 면할 충분한 이유는 없고 죄가 있는 곳에서 벌로부터 도피할 길은 없다고 주장하였다. 루터는 ‘만인제사장’이라는 신학사상을 세속법의 영역, 특히 법적 처벌에 있어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법적용에 있어서의 평등’이라는 영역에 적용하였다.

2. 재산권적 가치를 침해하는 교회법에 대한 비판

(1) 교회법적 탈법행위를 통한 재산권 수탈에 대한 비판

루터는 교황청이 교회법에 위반되지 않으면서도 교묘하게 영지들을 보유할 수 있는 탈법적 수단들을 고안해냈다고 비판하였다. 교회법에 따르면 두 교구나 두 주교구 등이 있을 때 두 개를 동시에 보유할 수 없는 인콤파티빌리아(incompatibilia)라고 불리는 몇 개의 영지들이 있었다. 이런 경우에 로마 교황청과 교황은 거기에 연합(unio)과 합병(incorporatio)이라는 주석을 달아 교회법을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즉 많은 인콤파티빌리아들을 통합함으로써 마치 하나의 성직록만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해서 교회법에 저촉되지 않게 하였다. 따라서 그런 주해를 교황과 그의 서기관에게서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교회법적으로 제한을 받지 않게 되었다. 이는 교황청과 교황 자신이 교회법 자체를 교묘하게 빠져나가 법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한 비판이라고 볼 수 있다. 교황은 또한 이러한 거래를 처리하기 위한 부서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로마 교황청 안에 있는 다타리우스(Datarius)의 집이었다. 영지와 성직록을 거래하려는 사람은 이곳을 통해 교회법의 법망을 교묘하게 합법적으로 피해갈 수 있는 권리를 얻었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모든 재산들도 합법화 되었다. 따라서 루터에게 있어서는 모든 교회법이 금전을 갈취하기 위해 제정된 것처럼 보였다. 

(2) 교회법상의 유보 제도에 대한 비판

교황은 또한 ‘심정의 유보와 전권에 의한 자기규정’이라는 교회법적 권한을 행사하였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이 로마에서 공식적으로 성직록을 얻게 되었을 경우라도 다른 사람이 돈을 가지고 나타나 이미 제공된 성직록을 원하는 경우, 교황은 그 성직록을 처음 사람에게서 빼앗아 그에게 주었다. 만일 사람들이 이를 부당하다고 말하면, 교황은 '자신이 이제까지 그런 영지에 관해 생각하거나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것을 가슴과 심정으로 자기 자신과 절대권능에 의거하여 유보했다'는 교묘한 답변으로 합리화하였다. 또한‘허위적인 심중 유보’(reservatio pectoralis)라는 조항을 통해서도 교황은 재정적 수탈을 단행하였다.

루터에 의하면 '유보 제도'는 사람들에게서 많은 돈을 갈취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불쌍한 양심의 소유자들을 함정과 혼란에 빠지게 하는 수단이 되었다. 교황은 모든 교회법을 그 자신의 마음 속에 두고 있어서, 법적 현실에 있어서 교회법은 책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교황과 그에게 아첨하는 자들의 자의적인 선택에 달려 있었다. 어떤 사안이 간혹 교회법에 철저히 기초해 있을지라도, 교황은 항상 자신의 뜻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법이 교황의 마음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오늘날의 교회법적 현실에 적용해 본다면 사안에 적용될 교회법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그것을 유권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주체가 주관적 의도를 많이 개입시킬 경우 올바른 법적 판단이 이루어지지 못할 여지가 많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3) 교회법상의 특별면제 제도에 대한 비판

로마 가톨릭 교회는 혼인에 관한 교회법상의 장애사유들을 관대하게 처리해 주는 공식적 관행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이러한 관행은 당사자들이나 그 자녀들에게 불공평하게 작용하였다. 당사자들은 금전을 제공하면 교회법상의 장애사유들부터 특별면제를 받을 수 있었다. 부패한 성직자들은 면제의 대가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자신들의 재정적인 이득을 위해 어떠한 장애사유이든 상관없이 관대하게 해제시켜 주었다.

성직자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장애사유들에 대한 특별면제를 하면서 받은 뇌물에 대해 종교개혁가들은 신랄한 공격을 하였다. 루터는 그 당시에 ‘돈으로 합법화할 수 없는 혼인의 장애사유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인간이 만들어낸 이러한 규칙들은 돈을 긁어모으고 인간의 영혼들을 올가미에 잡아들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난하였다. 이러한 남용은 신성한 목회자의 직무를 더럽힐 뿐 아니라, 부자들에게만 장애사유들로부터 해방시켜 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위축시키는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법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특별면제에 대한 비판이 갖는 법적 의미는 무엇보다 법규정이 원칙에 따라 집행되지 않을 때 초래되는 법적 결과들에 대한 반성이라고 할 수 있다. 법집행의 주체가 법원칙을 설정해 놓고 이에 대해서 금전으로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이라는 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가 초래하는 것은 법에 대한 신뢰의 대량 상실이다. 법이 이렇게 운용될 경우 어느 누구도 법을 지키려 하지 않을 것이고 오직 법규정을 탈피하려는 생각만 하게 될 것이다. 이럴 경우 사회 속에서 인간의 외적 행위를 규제하려는 법을 계속 만들어낼지라도 법을 집행하는 주체가 그 법을 부당하게 적용하고 법적용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그 법으로부터 탈법의 여지가 가능하도록 운용한다면 그 법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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